앞으론 원금의 20% 이상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상품은 은행에서 팔지 말라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DLF 사태가 재발하진 않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외국 국채 금리의 변화에 따라 내 수익률이 좌우되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이 대부분 사라지는 손실을 겪으면서 정부가 재발방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그 재발방지책의 요지가 사실상 <앞으로 그런 위험한 상품은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논란이 꽤 있습니다. (원금의 20% 이상 손실 가능성을 포함한 상품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고 그런 사모펀드는 은행에서 팔지 말라는 게 대책의 핵심입니다.)
- 어떤 논란이 있죠?
은행권에서는 이 대책을 두고 뒷말이 많습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교통사고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아예 도로에서 자동차는 달리지 말라고 하는 격이라고 불만합니다.
은행들은 앞으로 장사를 못하게 됐으니 은행들의 불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해당사자들의 편협한 반발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생각할 지점이 좀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요약하면 1)원금을 대부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그런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것이기도 하고 2)원금을 대부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인데 그 위험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고 그 상품에 가입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1)번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예 그런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지만 2)번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더 조심하도록 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늘 2번의 대책은 꺼내들지 못하는 것일까 가 고민의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아파트를 파는 건설회사가 "이 아파트는 사두시면 큰 돈이 될 겁니다"라고 했다고 나중에 그 아파트값이 내렸을 때 그 건설회사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걸 대부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독일국채금리에 연동하는 금융상품을 팔 때 "여기에 투자하시면 꽤 짭잘할 겁니다"라고 했다가 소비자가 손해를 보면 그 비난은 이번처럼 금융회사로 쏠리고 대책을 요구합니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독일 국채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은행원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설마 독일 국채 금리가 그렇게 내려가겠습니까 아무 일 없을 겁니다"라고 덧붙여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 것이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에게 질문해서 답을 얻는 건 아파트 값이 오를지 아닐지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 위험한 상품을 못 팔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1)그런 상품은 팔지 못하게 막는 것과 2)위험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경험을 계속 쌓아가는 것 두 가지입니다. (물론 불완전 판매를 하는 금융회사도 피해를 본다는 경험을 함께 쌓아가야 합니다만, 판매를 못하게 하면 그런 경험도 쌓지 못합니다)
1번의 대책은 강력해보이고 당장은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팔아야 할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늘 정부가 정해줘야 합니다. 2번의 선택은 늘 소음을 유발하고 때로는 정부가 무능해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대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금융위원회도 이번 대책을 "은행들에게 위험한 바다에서 수영하지 말고 일단 실내에서 수영하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바다 수영은 바다에서 자주 수영을 해 봐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실내에서 계속 수영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바다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바다 수영을 배워야 하는 게 은행일까요. 아니면 소비자일까요.
- 출처: '리멤버 나우'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취미생활 > 경제, 부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11월 19일] 집값에 바람 넣는 아파트 선분양제 (0) | 2019.11.19 |
---|---|
[2019년 11월 19일] 공기업은 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0) | 2019.11.19 |
[2019년 11월 18일] 넷플릭스·디즈니·애플 경쟁에 콘텐츠 몸값 뛴다 (0) | 2019.11.18 |
[2019년 11월 18일] 집주인에게 유리해진 금리 흐름 (0) | 2019.11.18 |
[2019년 11월 15일] 의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 (0) | 2019.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