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건설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 것이 큰 화제였습니다. 이 건설회사는 왜 항공사를 인수했을까요?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뭘까요?
현대산업개발(HDC)그룹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국적 항공사의 매각이라서 큰 관심을 모았던 사안이었습니다. HDC그룹은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보다 수천억원을 더 써내 최종 낙점을 받았습니다.
- 항공업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이유는 뭘까요?
많은 미디어들은 HDC그룹이 영위 중인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에 주목했습니다. 쇼핑몰과 면세점 등을 운영 중인 유통 부문과 오크밸리와 파크 하얏트 등을 운영 중인 레저 부문은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회장은 "HDC그룹이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도약하겠다"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모빌리티는 주로 자동차 회사나 IT기업들이 콜택시, 승차공유, 자율주행, 킥보드공유, 주차장공유 등의 사업을 추진할 때 사용되던 단어입니다. 항공사를 인수하면서 모빌리티 그룹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것이 다소 당황스럽게 받아들여진 이유입니다.
- 그럼 항공사를 품은 HDC가 꿈꾸는 모빌리티 사업은 뭘까요?
정확히 공개된 것은 없습니다만, 시장에서는 HDC그룹이 항공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드론이나 경비행기를 통해 승객을 이동시키는 항공 택시 서비스(플라잉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플라잉카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 모빌리티 사업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IT, 항공,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플라잉카를 생산하거나, 항공 택시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각국 정부들도 플라잉카 도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건 미국의 우버입니다.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라는 팀을 따로 꾸려 플라잉카를 개발 중입니다. 내년부터 미국과 호주의 일부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2023년에는 정식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최근엔 서비스 예정인 도시별로 서비스 루트를 결정하기 위한 방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 포르쉐, 아우디, 다임러그룹,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제조 업체, 구글과 같은 IT 업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얼마 전 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의 부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 왜 이렇게 항공 모빌리티 사업이 각광을 받을까요?
우선 자율비행 기술은 자동차가 자율주행하도록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개발하기 쉽습니다. 도로에는 온갖 변수가 가득하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 전 구글의 자율주행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세바스찬 트런이 한 말에서 그 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율주행 차보다 자율비행 항공기가 먼저 도입될 것" 이라면서 자율비행 기술이 상대적으로 개발하기 쉽고, 파급력도 클 수 있다고 했습니다.
- 그러면 조만간 HDC그룹이 '자율비행기'를 만드는 걸까요?
그렇다면 HDC그룹이 아시아나를 통해 성공적으로 항공 모빌리티 사업으로 성공적인 확장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항공사가 플라잉 카의 개발이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 택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젯블루 등 일부 항공사들이 항공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항공사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항공 모빌리티 시장에 과감히 투자할 여력은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아시아나가 가진 막대한 부채 때문에 HDC그룹마저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을 정도니까요.
따라서 HDC그룹은 아시아나가 가진 단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정상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이라는 원대한 계획은 천천히 진행해도 될 만큼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어보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리벰버 나우'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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