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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경제, 부동산

[2019년 12월 03일] 0% 물가시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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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1%도 안 오르는 일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건데요. 이런 일이 계속되면 금리는 내려가고, 자산 가치는 오릅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검사결과표를 받아보면 참 다양한 수치를 접하게 됩니다.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감마GPT 등 뭘 알아보는 지표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것저것 참 복잡합니다. 한 가지만 봐서는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알기는 어려우니까 이것저것 보는 거겟죠.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지표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매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제표는 그 나라가 가진 '소비의 활력'을 보여줍니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소비의 활력이 강한 것이고 물가 상승세가 낮으면 소비의 활력이 약한 것입니다. 물론 소비 활력이 너무 강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의 구매력이 떨어져서 고통스럽기도 하고 너무 강한 소비 활력은 곧 사그러들기 마련이라 지속성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요즘은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서(소비의 활력이 너무 낮아서) 걱정입니다.

 

- 물가가 얼마나 안 오르고 있죠?

 

8월과 9월에는 1년 전보다 오히려 물가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고, 10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제로'였습니다. 어제 발표된 11월 수치는 <1년 전보다 0.2% 상승>을 기록했지만 소비가 활력을 되찾았다고 보긴 어려울 만큼 상승률이 낮습니다.

 

- 왜 물가 상승률이 이렇게 낮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쳤습니다. 소비활력이 떨어진 것도 이유지만 일시적인 1회성 요인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9월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급식비 항목의 물가가 작년보다 매우 낮게(-57.9%) 집계됐고, 고등학교 납입금(-36%)도 많이 내렸습니다. 이들 두 항목은 내년 이맘때는 올해보다 더 내리지는 않으니 하락률이 거의 없을 겁니다.

 

이런 저런 요인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가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들만 따로 집계하더라도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소비의 활력이 떨어져서 상품 판매자들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럼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런 결과는 몇 가지 함의를 가집니다. 우선 한국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물가가 낮으면 금리를 내리기 쉽기도 하고 내려야 할 이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가보다 낮은 금리는 그 금리의 절대수준이 낮든 높든 경제에 부담을 줍니다. (물가가 매년 3% 씩 오르는데, 금리가 5%라면 그런 금리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리입니다)

 

- 디플레이션인가요?

 

이런 상황이 디플레이션 초입인지 혹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황인지 논란이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의 정의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그 사실이 다시 소비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라고 정의한다면 아직은 그럴 만큼 '지속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먼 미래에 디플레이션에 빠진 후에 지금을 다시 돌아보면 2019년 하반기에 물가가 계속 낮게 집계되던 그 시기가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있던 시기였다는 회고를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 실물 자산 가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비싼 집들이 많은 강남4구가 0.76% 올랐습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그동안 계속 올랐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만,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더 많이 갖도록 제도를 바꾼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 5채를 갖고 있던 다주택자는 그걸 1채나 2채로 정리하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양도세율이 높아서 그런 판단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1채나 2채로 집을 정리할 땐 10억원짜리 집 1채가 아니라 20~30억원짜리 집 1채로 줄입니다. 집의 개수를 줄일 뿐 부동산 투자자금 자체를 줄이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비싸고 큰 집들이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싼 집은 매물로 나오고 비싼 집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상위권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그렇게 내놓은 싼 매물도 사가는 수요자들이 늘어갑니다.

 

호주의 부동산 가격도 요즘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 자산이 오를 만한 자산이라고 생각이 되면 투자의 쏠림은 매우 강해집니다.

 

-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나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디플레이션이든 디플레가 아니든 물가 상승률이 0%대에 계속 머무른다면 우리 생활이나 투자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겁니다. 일단 기준금리는 0%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보다 비싼 금리는 경제에 부담을 주니까요. 낮은 물가와 저금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저금리가 꽤 오래갈 거라는 예상을 해야 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정기적인 수입이 나오는 투자대상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게 집업일 수도 있고, 사업일 수도 있고 자판기일 수도 있고, 월세 받는 부동산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금리가 낮아지면 정기적인 수익이 아예 생기지 않는 투자대상의 가격도 오릅니다. 예를 들면 금이 그렇습니다. 금은 들고 있어도 이자가 붙지 않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이자 까짓것 안 붙는 게 별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금의 약점이 상쇄되고 금값이 오를 것 같은 다른 이유가 있다면 가격이 쉽게 오릅니다. 비트코인이나 그림, 고급주택 등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이런 자산 가격의 상승이 부의 효과로 경기 호전으로 이어지면 저물가 저금리 시대가 끝나는 것이고, 투자자들의 우울함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자산 가격만 오르면서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이런 시기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 출처: '리멤버 나우'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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