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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경제, 부동산

[2019년 11월 28일]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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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예전만큼 안 생기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일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자원이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성장이 느려지면서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게 오리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설비를 갖고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들이 똑같은 땅 한 평에서 쌀을 10킬로그램 생산하다가 11킬로그램을 생산하면 경제는 10% 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뒤집어 말하면 쌀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람의 숫자가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쌀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쌀농사를 하는 농부들 가운데 10%는 일자리를 잃어야 합니다.

 

- 그럼 일자리를 잃은 농부는 어떡하죠?

 

쌀을 과거보다 풍족하게 먹는 바람에 살이 자꾸 찌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면 됩니다. 과거에는 없던 헬스클럽이 생겼으니 사람들은 더 행복합니다. 행복해진 농부들은 쌀농사를 더 잘 짓고 이듬해에는 한 평에서 쌀 12킬로그램이 생산됩니다. 또 한 명의 농부가 불필요해졌지만 그 농부가 다행히 노래를 잘하면 이번에는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면서 돈을 받으면 됩니다. 과거에는 그냥 일을 했는데 이제는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주니 흥이 더 납니다.

 

- 그 농부가 농사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요?

 

그 농부가 헬스클럽을 만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거나 그럴 자본이 없거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헬스클럽이 망하거나 노래도 잘못 부르면 그 잉여 농부는 사회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다시 요약하면 경제가 발전한다는 건 1) 한 사람이 생산하는 수확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도 되고, 2)일정한 수확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람 숫자가 줄어든다는 뜻도 됩니다. 하나는 좋은 소식 같고 하나는 나쁜 소식 같지만 결국 같은 이야깁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죠.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4% 늘어날 동안 일자리는 0.1%밖에 늘지 않았다는 이 안타까운(?) 소식은 바꿔말하면 사람을 0.1%만 더 투입하고도 부가가치가 4%나 늘었다는(경제가 아주 효율적으로 성장했다는) 좋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반가워하는 건 바로 이런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겁니다. 이런 구조가 걱정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멈추면 됩니다.

 

- 인력도 4% 더 투입하면서 부가가치도 4% 높이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인력을 늘리는 만큼만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기계 설비 사용 금지법> 같은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계 대신 인력을 4% 더 투입해서 제품을 만들면 높아진 원가 때문에 부가가치가 1%밖에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기계 말고 사람을 더 쓰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걱정은 들지만, 그게 경제성장의 본질이니 그걸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진 농부가 헬스클럽을 열듯 새로운 일자리가 끊임없이 계속 생기는 방법 말고는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경제는 성장하는 일자리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고민이 요즘 자주 등장합니다만, 그 문제의 본질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 현재의 성장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생겨나기 마련인 유휴인력이 과거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잘 찾았는데 요즘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야 해결되는 문제를 우리는 '사람을 좀 더 써서 생산하면 안 되겠느냐'고 질문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문제가 잘 안풀리는 원인입니다.

 

- 출처: '리멤버 나우'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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